
비올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바이올린보다 조금 크고 음역도 낮아 보이지만, 음악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실내악과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는 ‘보이지 않는 중심축’으로 불릴 만큼 존재감이 크다. 이 악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바이올린의 변형 모델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비올라만의 고유한 음색과 역사적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비올라가 어떻게 태어나고 발전해 왔는지, 어떤 제작자들이 명기를 남겼는지,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주가는 누구인지 흐름에 따라 차근차근 살펴보겠다.
1. 비올라의 역사
비올라의 기원은 15세기 후반과 16세기 초반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현악기가 혼재해 있었는데, 특히 ‘비올라 다 브라치오(Viola da Braccio)’ 계열 악기가 현대 비올라의 직접적 조상이다. ‘팔에 올려서 연주하는 비올라’라는 의미에서 이 이름이 붙었으며, 음역과 크기에서 점차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비올라 형태로 굳어졌다.
16세기 중엽,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Cremona)에 자리 잡은 여러 악기 제작 가문이 비올라의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아마티(Amati) 가문은 악기 몸통의 비율과 모양을 표준화하며 비올라의 기본 형태를 세웠고, 이 시기 만들어진 악기들이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비올라는 초창기에는 크기와 길이가 일정하지 않았지만, 오케스트라 편성이 발전하면서 음역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 조금씩 규격이 잡혀갔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비올라의 중음역 특성이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서, 솔로 악기라기보다는 앙상블과 오케스트라의 중심을 지탱하는 역할로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중간 음역을 메워주는 비올라는 화성을 안정시키고 전체 곡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다. 바이올린이 선율을 이끌고 첼로가 저음의 무게감을 더할 때, 비올라는 그 사이를 연결해 주는 ‘음색의 다리’와 같은 존재였다.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비올라는 솔로 악기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작곡가들은 비올라만의 따뜻한 질감과 약간 허스키한 음색에 매력을 느꼈고,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실내악곡이 꾸준히 늘어났다. 현대에 들어서는 대형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영화 음악·현대 음악·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비올라는 필수 악기가 되었다.
2. 비올라의 특징과 음색적 장점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조금 크고 음역이 낮기 때문에 소리가 더 깊고 부드럽다. 어떤 사람들은 비올라의 소리를 ‘저녁 무렵의 따뜻한 햇살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음색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으면서도 선율을 풍부하게 감싸주는 성질 때문이다. 특히 실내악에서는 비올라의 음색이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비올라는 중간 음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단순한 연결 고리가 아니라, 음악의 ‘중심 톤’을 만들어주는 핵심 악기이다. 바이올린이 주선율을 맡고 첼로가 저음을 책임진다면, 비올라는 두 음역을 서로 자연스럽게 엮어주는 핵심 축이다. 이 구조 덕분에 비올라가 빠진 실내악 편성은 유난히 허전하게 들릴 정도로 비올라는 곡 전체의 따뜻함을 담당한다.
연주 기법 또한 다양해진 덕분에 현대 작곡가들은 비올라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솔로 레퍼토리는 바이올린만큼 많지는 않지만, 비올라만이 가진 독특한 음색 덕분에 특정 장르에서는 오히려 더 사랑받는다.
3. 비올라의 대표 제작자(메이커)
비올라 제작의 역사적 뿌리는 역시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장인들이다. 비올라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백 년 전 장인들이 남긴 설계 방식과 제작 방식이 세대마다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3-1. 아마티(Amati) 가문
아마티 가문은 비올라뿐 아니라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아마티 비올라는 부드럽고 우아한 음색으로 유명하며, 크레모나의 장인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악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
3-2. 스트라디바리(Stradivari)
스트라디바리의 비올라는 수량이 많지 않아 희귀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소리의 선명함과 균형감은 전설적이다. 오래된 악기임에도 현대 무대에서 여전히 사랑받으며, 경매에서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3-3. 과르네리(Guarneri)
과르네리 가문 역시 비올라 제작에 참여했다. 특히 델 제수(Del Gesù) 스타일은 깊고 강한 울림으로 유명하다. 과르네리 비올라는 희소성 때문에 소장 가치가 매우 높다.
3-4. 현대 제작자
현대 제작자들도 전통에 기초해 뛰어난 비올라를 제작하고 있다. 히로시 이즈카(Hiroshi Iizuka)는 비정형적이고 혁신적인 구조를 가진 비올라로 유명하고, 지그문토비츠(Samuel Zygmuntowicz)는 현대 음향 공학을 악기 제작에 결합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스캇 카오(Scott Cao) 역시 전통 명기를 복각하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3-5. 상용 브랜드
학생과 전문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는 Yamaha, Eastman Strings, Höfner, Jay Haide 등이 있다. 이 브랜드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안정적이어서 음악학교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널리 사용한다.
4. 세계적인 비올라 연주가
비올라는 배경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는 악기로 알려져 있지만, 비올라를 솔로 악기 수준으로 끌어올린 연주가들도 많다. 이들의 존재 덕분에 비올라는 이제 오케스트라의 지원 악기가 아니라 독립적인 예술 악기로 인정받고 있다.
4-1. 윌리엄 프림로즈(William Primrose)
근대 비올라 연주를 개척한 인물로 평가된다. 비올라를 본격적인 솔로 악기로 자리매김시킨 대표적인 연주자이며, 그의 녹음과 교육 활동은 지금까지도 표준으로 여겨진다.
4-2. 타베아 치머만(Tabea Zimmermann)
정확한 기술력, 깊이 있는 해석, 풍부한 음색을 갖춘 연주자로 ‘현존 최고 비올리스트’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내악과 솔로 활동 모두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4-3. 킴 카슈카시안(Kim Kashkashian)
ECM 레이블에서 수많은 명반을 남긴 연주자다. 현대 음악과 전통 비올라 레퍼토리를 모두 아우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4-4. 이마이 노부코(Nobuko Imai)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으로도 잘 알려진 일본 출신의 비올리스트로, 많은 후학을 양성하며 비올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4-5. 로렌스 파워(Lawrence Power)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이며, 폭넓은 표현력과 개성 있는 음색으로 비올라의 존재감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5. 마무리
비올라는 큰 주목을 받지는 않지만, 음악의 중심을 묵묵히 지키는 특별한 악기다. 소리가 화려하게 튀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깊은 울림 덕분에 듣는 이를 편안하게 끌어안는 힘이 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장인들의 기술, 그리고 뛰어난 연주자들의 손끝에서 비올라는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비올라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음악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시대와 감정,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