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출생과 성장 — 무용 소녀에서 브로드웨이 무대로
셜리 맥클레인(Shirley MacLaine)은 1934년 4월 24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셜리 맥클레인 비티(Shirley MacLean Beaty)로, 훗날 영화배우 워렌 비티(Warren Beatty)의 누나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교사였고, 어머니는 예술 애호가로 그녀의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격려했다.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배우며 발레리나를 꿈꿨으나, 키가 빠르게 자라 무용단의 기준을 벗어나자 연극 무대로 방향을 틀었다. 1940년대 후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The Pajama Game의 스탠바이 배우로 활동하다가 우연히 주연이 다치는 바람에 무대에 올라 대성공을 거두며 영화계의 눈에 띄게 된다.
2) 할리우드 데뷔 — ‘신선함’이라는 단어의 화신
1955년, 셜리 맥클레인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The Trouble with Harry』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당시 21세였던 그녀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미녀’와 달리 털털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같은 해 『Artists and Models』에서 딘 마틴, 제리 루이스와 호흡을 맞추며 밝고 유머러스한 면모를 보였다.
이후 1958년 『Some Came Running』에서는 단역이 아닌 본격 주연으로 등장해 비극적 캐릭터 ‘지니’ 역을 맡았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문, 외모보다는 내면의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여배우였다.
3) 전성기 — 명감독과의 협업, 그리고 감정의 스펙트럼
1960년대 초, 셜리 맥클레인은 그녀의 대표작들을 연이어 발표한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The Apartment』(1960)에서 잭 레먼과 함께 연기한 엘리베이터 안내원 ‘프랜’ 역은 그녀의 인생을 바꾼 역할이었다. 사랑과 현실, 순수함과 체념을 동시에 표현한 이 캐릭터는 이후 수많은 영화 속 ‘현대적 여성상’의 시초로 평가된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다시 오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후 『Irma la Douce』(1963)에서는 같은 감독 빌리 와일더와 재회해, 유쾌한 파리의 거리 여인 ‘이르마’로 변신했다. 희극적 톤 속에서도 캐릭터의 인간미를 놓치지 않는 연기로 다시금 호평을 받았다. 또한 『Sweet Charity』(1969)에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작품에서 춤과 노래,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증명했다.
4) 중년 이후 — 연기 인생의 제2막과 정신세계 탐구
1970~80년대에 들어서도 그녀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The Turning Point』(1977)에서 전직 무용수로 출연해, 자신의 실제 경험을 녹여낸 현실적 연기로 또 한 번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전환점은 『Terms of Endearment』(1983)이었다. 고집세고 솔직한 어머니 ‘오로라 그린웨이’ 역을 맡아 샐리 필드, 잭 니콜슨과 함께한 이 영화로 마침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그녀는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독창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Steel Magnolias』(1989)에서는 시니컬한 유머 감각으로 무게 중심을 잡았고, 『Postcards from the Edge』(1990)에서는 실제 자신의 삶을 패러디하듯 연기해 노련미를 보여주었다. 2000년대 이후에도 『In Her Shoes』(2005), 『Bernie』(2011) 등에서 세대를 넘나드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5) 주요 수상 경력
- 1983년 —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Terms of Endearment)
- 1958년, 1960년, 1977년, 1979년 —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 1975년 — 골든글로브 세실 B. 드밀 평생공로상 수상
- 1984년 —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Terms of Endearment)
- 1998년 — 미국 영화연구소(AFI) 평생공로상 수상
- 2017년 — 케네디 센터 공로상 수상
그녀는 연기뿐 아니라 저술가, 강연자로서도 활동하며 뉴에이지 철학과 환생, 영성 탐구를 주제로 한 저서 Out on a Limb(1983)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6) 연기 스타일과 철학 — ‘솔직함의 미학’
셜리 맥클레인의 연기에는 꾸밈없는 현실감이 있다. 그녀는 인물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일상의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장르가 코미디이든 드라마이든, 그녀의 캐릭터들은 언제나 솔직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동시에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다. 관객은 그녀의 연기에서 ‘우리와 닮은 사람’을 본다.
“나는 완벽한 캐릭터보다, 모순을 품은 인간을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 — 셜리 맥클레인
또한 그녀는 ‘영적 자아 탐구’로도 유명하다. 환생, 우주 의식, 자기 성장 등에 대한 철학적 신념을 수차례 공개하며 할리우드의 관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일부에서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녀의 솔직함과 용기는 대중문화가 영성과 자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7) 총평 — 시대를 앞선 배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인간
셜리 맥클레인은 ‘영화배우’ 그 이상의 존재다. 그녀는 20세기 중반의 보수적 할리우드 안에서, 여성의 자율성과 감정의 진실함을 스크린에 심었다. 《The Apartment》와 《Terms of Endearment》 사이에는 20년의 간극이 있지만, 두 작품의 중심에는 변함없는 ‘진짜 인간’이 있다. 그녀는 스타로 태어나지 않았다. 대신 삶의 경험과 통찰을 무기로 자신을 성장시켰다.
화려한 상보다 값진 것은 그녀의 지속성이다. 1955년 데뷔 이후 70년 가까이 영화와 무대를 오가며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그녀가 언제나 인간의 복잡함을 두 팔 벌려 껴안았기 때문이다. 결국 셜리 맥클레인은 유머와 통찰, 현실과 영성, 여성성과 인간성을 하나로 엮은 배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