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M
CREAM은 1960년대 영국 록 음악계를 뒤흔든 최초의 슈퍼그룹으로,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록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열었다.
에릭 클랩튼, 잭 브루스, 진저 베이커 세 명의 전설적인 뮤지션이 모여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족적을 남긴 이 밴드는,
오늘날까지도 록 음악의 한 축을 이루는 존재로 기억된다.
이 글에서는 CREAM의 결성과 해체,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독창적 음악성에 대해 다뤄본다.
결성 – 슈퍼그룹의 탄생
CREAM은 1966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세계 최초의 ‘슈퍼그룹’이다.
기존 밴드에서 이름을 알린 뮤지션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룬 이 개념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에릭 클랩튼은 야드버즈(The Yardbirds)와 존 메이올의 블루스브레이커스에서 이미 기타 천재로 명성을 얻고 있었고,
베이시스트 잭 브루스와 드러머 진저 베이커는 재즈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세션 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 세 사람은 각자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춘 솔리스트였지만, 이들이 한 팀이 되었을 때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밴드명 'CREAM'은 이들이 음악계의 ‘크림 오브 더 크림’, 즉 최정상이라는 자부심에서 유래했다.
이들의 음악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하되, 재즈의 즉흥성과 사이키델릭 록의 실험성을 더해 매우 독특하고 선구적인 사운드를
만들었다.
첫 앨범 Fresh Cream은 1966년 말 발매되어 상업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I Feel Free”, “Spoonful” 등의 곡은
록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CREAM은 단순한 밴드가 아니라, 각자의 연주력이 극대화된 조화 속에서 즉흥성과 테크닉이 살아 숨 쉬는 음악을 선보인 새로운 록 모델이었다.
해체 – 짧지만 강렬했던 여정의 끝
CREAM은 단 2년간의 짧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세 장의 정규 앨범과 수많은 라이브 퍼포먼스를 통해 엄청난 영향을 남겼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 여정은 내적 갈등과 압박 속에서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잭 브루스와 진저 베이커 사이의 불화는 이미 세션 시절부터 알려진 문제였고, 투어와 녹음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에릭 클랩튼은 음악적 갈등보다는 인간적인 피로감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결국 해체를 제안하게 된다.
1968년, CREAM은 세 번째 정규 앨범 Wheels of Fire를 발매한다.
이 앨범은 세계 최초로 플래티넘을 기록한 더블 앨범이며, “White Room”, “Crossroads”, “Politician” 등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라이브 실황을 통해 각 멤버의 솔로 연주와 앙상블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같은 해 말, 밴드는 공식 해체를 발표하고 작별 콘서트를 가진다.
마지막 앨범인 Goodbye는 해체 이후 1969년에 발표되며 팬들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음악성 – 즉흥성과 구조의 경계를 넘다
CREAM의 음악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하되 그것을 뛰어넘는 실험 정신이 있었다.
세 명의 멤버는 각각 독립적인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기능하며, 각자의 개성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융합되었다.
특히 이들의 즉흥 연주는 당시 록 밴드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으로, 마치 재즈 트리오를 연상시키는 구조와 긴장감을 갖췄다.
예를 들어 “Spoonful”과 “Toad” 같은 곡은 라이브에서 15분 이상 확장되기도 하며, 드럼 솔로나 기타 솔로를 통해
청중과 직접 교감하는 방식의 연주가 펼쳐졌다.
잭 브루스는 단순한 베이시스트가 아니라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였으며, 독창적인 보컬 톤을 가진 리드 싱어이기도 했다.
진저 베이커는 재즈와 아프리카 리듬에서 영향을 받은 드럼 스타일로 록의 박자 구조를 해체하며 새로운 리듬 문법을 도입했다.
클랩튼은 블루스에서 출발했지만, 그 안에 사이키델릭적인 톤과 서정성을 더해 전혀 새로운 기타 사운드를 창조했다.
이들의 음악은 ‘록의 복잡성’과 ‘즉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거의 유일한 사례로 평가된다.
CREAM은 단 2년이라는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록 음악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이들은 연주력, 구성력, 창의력 모두에서 ‘완성형 밴드’였으며,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들의 음악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록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살아있는 증거다.